[무라카미 하루키 / 상실의 시대]를 읽고
<MOTIVE>
사실 상실의 시대라는 책은 너무나도 유명한, 고전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고,
<상실의 시대>를 젊은이들의 책이라고 명명하며 요즘 청년들의 팍팍한 삶을 표현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.
나는 이 책을 18살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. 그때 이 책을 봤을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.
지금 보니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읽기에는 문장이 담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와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이해한다.
그래서 25살이 된 지금, 누구보다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 대표되는 집단에 속한 나이가 되어서
이 책을 다시 읽어 보고 싶었다.
7년이라는 나이테가 나를 이 책과 이어지게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.
<CONTENT>
이 책은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젊은 남성이 주인공이다.
그 주인공은 현재 자신의 가장 친했던 친구의 여자친구와 함께이다.
왜냐하면 그 친구가 자살을 했기 때문이다.
그렇게 어색하지만 너무나도 지독하게 얽혀버린 그 여자,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형,
학교에서 새롭게 만난 여사친 등 그의 삶을 이루는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.
더 이야기 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, 내용도 길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.
<POSITIVE>
이 책을 읽으면서
"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"
라는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.
이 책의 인물들은 천 번을 흔들리고 어른이 되지 않았다.
한... 500번쯤 흔들리고 있는 중이랄까?
그렇게 흔들리면서 사랑을 하고, 누군가를 그리워하고, 변화를 목격하는
그 과정이 25살의 나는 공감할 수 있었다.
그리고 아래 이 문구는
400번쯤 흔들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구였다.
이봐, 가즈키. 하고 나는 생각했다.
나는 너와 달리 살기로 작정을 했고, 그것도 내 나름대로 제대로 살겠다고 마음먹었어.
너도 틀림없이 괴로웠겠지만
나 역시 괴로워,정말이야.
이렇게 된 것도 네가 나오코를 남겨놓고 죽었기 때문이야.
하지만
난 그녀를 절대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.
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, 그녀보다는 내가 강하기 때문이야.
그리고 난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.
그리고 성숙해질 거야. 어른이 될 거야.
그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.
난 지금까지는 그럴 수만 있다면 열일곱, 열여덟인 채로 있고 싶었어.
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.
나는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니까.
난 책임이란 걸 느낀다.
난 이미 스무 살이 된 거라고.
그리고 난 계속 살아가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만 해.
어른이 된다는 건
정말이지 외롭고, 힘들다.
<NEGATIVE>
이 책이 남성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
왜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왜 섹스가 그렇게 많이 사용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.
물론
"봄날의 곰만큼 네가 좋아"
라는 따뜻한 문장도 있었지만 대게는 자극적인 장면이 많아서
아니 왜 또...?
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.
<COMMENT>
25살이 되어서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는 재밌게 잘 읽은 책으로 나에게 다른 의미가 되었다.
어른이 되는 과정에서의 흔들림,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지독한 괴로움, 누군가를 사랑하는 설렘
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들어 나에게 어서 성장하라고 성장통을 잔뜩 쥐어준다.
하지만 와타나베가 그랬듯
나는 그 성장통이 견딜 수 없이 아파도 어른이 되기로 결정했다.
그렇게 책임을 지며 살아가기로 했다.
그렇게 그 성장통을 대가로 받아들이기로 한 청년들에게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?
그러니 와타나베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행복해지도록 해.
젊은이여.
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
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
행복하라.